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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후기] WATERBOMB in Seoul : 240706About SHINee MINHO/Schedule 2024. 8. 3. 15:43
태어날 때부터 물과 친하지 않은 관계였으므로 물과 관련된 모든 행사장에 자발적으로 가본 적이 없었다. 대학생때 여름철이면 동아리에서 캐리비안베이에 가자고 할 때도, 가평 계곡에 MT를 가자고 할 때도 다음에 가겠다며 고개를 저었었다. 그만큼 나는 물을 싫어한다. 수영을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일단 젖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마른 상태로 회복시키는 과정도 싫다. 고작 물놀이를 위해서 옷을 갈아입고 씻고 방수팩을 준비해야하는 그 모든 과정이 나에게는 별로 구미가 당기는 제안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워터밤이라는 행사도 알고는 있었지만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굳이? 돈을 주고 물을 맞으러? 우리집 화장실에도 물이 잘 나오는데 굳이 왜? 이런 생각이었으니까.
사실 워터밤은 갑론을박이 많은 행사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꽤 동의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그 어떤 행사든 민호가 나온다고 하면 나에게 선택권이 있지는 않다. 그건 다른 문제다. 애초에 '안간다.'는 선택지는 내 머릿속에 없다. 갈건데 어떻게 하면 더 잘 볼 수 있을지 그 선택지만 있을 뿐이었다. 일평생 가까워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행사이기 때문에 더 준비과정이 복잡했다. 일단 저런 행사에는 도대체 뭘 입고 가야하는가. 그것부터 고민이었다. 하필 또 장소가 서울이 아니라서 (도대체 이름은 서울로 해놓고 왜 경기도 고양시에서 하는건지, 유료 셔틀을 마련하면서 생색을 내는 워터밤 측은 제발 반성했으면 좋겠다.) 가는 길은 멀고 험난했기에 솔직한 심정으로는 출발할 때 부터 집에 가고싶었다. 무대 위의 가수들이 바뀔 때마다 스탠딩에서 힘으로 밀어내는 남자들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평소같았으면 시큐가 있던지 말던지 신경도 안썼을테지만 그날은 무엇보다 시큐들이 절실했다. 넘어지는 순간 압사당할 수 있다는 공포와 그래도 주변에 팬들이 함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모르는 사람과 맨살이 맞닿는 불쾌함과 (결국 중간에 긴팔 우비를 입었다. 진작 입을걸...) 물을 맞은지 3시간 정도 되자 급격히 몰려오는 추위, 저런(...) 무대를 보면서 열광하는 사람들과 함께 섞여있는 것에 대해 믿을 수 없음에서 오는 현타까지 하나도 쉬운 것이 없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네가 나오면 다 괜찮아질거라는 생각, 여태까지 겪은 이런것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그거 하나 때문이었다.
물과 어우러진 민호는 찬란하고 아름다웠다. 내가 보고 있는 광경이 맞나, 날은 흐렸지만 왠지 해가 떴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춥지않았던 건지, 물방울을 튀기며 머리카락이 젖어들어가는 민호의 모습은 그 긴 시간을 버텨온 우리에게 보상같은 느낌이었다. 흔히들 민호를 보며 말하는 청춘, 청량, 소년, 그런 이미지들이 워터밤의 무대에서 보여졌다.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던 의상 이야기를 안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민호가 처음 나오는 솔로 페스티벌이다보니 기대도 크고 걱정도 컸었다. 어떤 아티스트가 말했던 것처럼 나도 워터밤이 뮤직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거대한 야외 클럽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무대에 내 가수가 오른다면 다들 걱정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민호는 몸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더 걱정스러웠던 것도 있다. 무대가 아니라 외형적인 것만 부각될까봐. 그걸 노린 의상이나 선곡이 너무 크게 드러날까봐. 무대가 끝나고 알았다. 나는 민호와 민호의 팀을 너무 얕봤다. 특히 스타일리스트 센터장님을 너무 얕봤다. 그들도 나만큼 민호의 무대에 진심이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생각이지만 그땐 거기까지 생각이 돌아가지 않았던 것 같다.
당연히 속이 비치는 옷이나 나시를 입고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첫 곡에 무대에 등장한건 갈색 곱슬머리의 무대를 뛰어노는 강아지... 청자켓을 입고 고글을 쓴 민호는 영락없이 물을 좋아하는 강아지같았다. 그러면서 자켓을 벗고 고글을 벗고 무대를 이어가다가 마지막 아주 짧은 시간에 상의를 벗었다. 보통 남자 가수들은 속옷라인을 일부러 드러내는 경우도 많은 것을 봤는데 속옷 라인과 바지 윗라인을 흰색으로 맞춘 것이 너무너무 맘에 들었다. 노출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무대를 위한 노출을 만들겠다, 라는 생각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무대 전까지 나를 둘러싸고 있었던 모든 걱정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래, 넌 그런 사람이었지,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밖으로 나왓던 것 같다.
무대가 끝나고 난 뒤에 SNS 상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많았다. 앞으로 이런 곳은 안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꽤 있었던 것 같다. 거기에 말을 얹지는 않았지만 만약 민호가 나온다면 또 가야지 어쩌겠어, 라고 친구들과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민호의 무대를 뺀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불호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다 견디고서라도 민호의 무대를 볼 가치가 있다. 나한테 아티스트 민호는 그런 사람이다. '네가 무대 위에 있을 때 나는 항상 객석에 있을거야.' 그 약속을 아직까지는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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