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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후기] 2024 MINHO CONCERT <MEAN : of my first> : 241131-1201About SHINee MINHO/Schedule 2025. 2. 4. 00:11
성장. 국어사전적 의미로는 '자라서 점점 커짐.' 한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과연 그렇게나 큰 기쁨일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 적이 있다. 내가 자라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누군가가 성장하도록 지켜봐 주고 응원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민호를 좋아하게 되면서 민호라는 사람의 성장을 함께 하게 되었다. 사실 성장이라는 말로 표현을 하는 것이 맞나, 싶은 생각도 든다. 민호는 원래 그만큼 할 수 있었던 사람일 수도 있고, 그 사실들을 나만 몰랐을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수많은 단어 중에 그래도, 그나마 비슷한 뉘앙스의 단어이기 때문이다.
처음 장소가 '고려대학교 화정 체육관'이라고 떴을 때, 왜 민호만 다시 화정이냐,라고 했던 사람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처음 장소가 떴을 때 이유를 이야기해 준 것은 아니라서 짐작만 했지만 '처음'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좋아하는 민호이기에 혹시나 자신이 처음 팬미팅을 하고 처음 낸 노래를 불렀던 장소여서 일부러 화정체육관으로 정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게 맞았다. 어쩌면 이런 행동들이 민호를 더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굳이?라고 생각하는, 어떻게 보면 작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라서 더 좋은 것이다. 가만히 한번 더 생각해 보면 멋있는 일이다. 본인이 어릴 적 솔로곡을 처음 불렀던 그 무대에 다시 돌아와서 이제는 20곡을 꽉 채워 공연을 하는 솔로 아티스트가 되어 노래를 하다니, 영화로 따지면 이만한 성장 서사가 없다.
민호의 솔로가 좋은 것은 민호의 음역대에 딱 맞는 노래들과 민호의 스타일이 한껏 묻어난 노래들을 들을 수 있음이 좋아서이기도 하고, 민호가 그 노래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노래 가사로서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누군가의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고르는 영화를 궁금해하는 것과 같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겉모습부터 내면의 취향 하나하나까지 사랑한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일 것이다. 그런 의미로 나는 민호의 솔로 무대로 가득 찬 이 콘서트가 황홀할 만큼 좋았다. 세트리스트부터 무대 연출까지 그의 마음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을 테니까.콘서트 첫 곡이 시작되고, 무대 위를 계단 삼아 한칸 한 칸 내려오며 춤을 추는 민호는 환상적이었다. 그의 피지컬이 좋아서나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어서가 아닌 춤을 추는 그 실루엣이 유연하고 예뻤다. 나는 민호의 길게 뻗는 춤선을 좋아한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긴 사람이 춤을 추면 어쩔 땐 엉성해 보이는데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민호가 발레를 배우고 조금 지난 뒤 무대에서 턴 하는 것을 보았는데 아, 이래서 발레를 배웠나, 싶을 만큼 춤선이 예뻤다. 몸을 유연하게 쓸 수 있게 된 것도 민호가 평소에 쌓아오던 체력과 유연함 덕분이지 않았을까, 싶다.
개별 무대가 너무 좋아서 디테일하게 리뷰를 하고 싶지만 구체적인 것들은 전체적으로 몇 번 더 감상한 후 작성하고 싶어서 오늘 글은 전체적인 무드 위주로 리뷰를 남겨보려고 한다. 사진을 찍다 보니 늘 앞자리를 선호하지만 민호의 콘서트야말로 가장 뒤, 정중앙에서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는 몰랐으나 그 후에 올라오는 영상들과 송출된 영상들을 보니 전광판과 무대의 단차이를 활용한 VCR과 조명들이 무대의 시작과 끝, 전체를 아우르는 느낌이었다. 샤이니 콘서트 때도 느꼈지만 황상훈 연출가님의 연출은 공연을 몇 배로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한 섹션의 시작과 끝에 맞춰서 조명이 올라오고 내려가는 것과 곡의 무드에 맞춰서 전체적으로 변하는 VCR이 곡과 너무 잘 어울렸다. I'm home을 부를 때는 방 안인 것처럼, Stay for a night에서는 도심인 것처럼 연출해 낸 것과 Waterfall 무대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줄기와 민호가 물속에 잠긴 듯한 연출은 이유 모르게 뭉클한 감정이 들게 했다. 또 민호가 등장하고 퇴장하는 맨 윗단 무대에서 뒤에서 쏘아지는 조명은 민호가 섰을 때 마치 후광 같은 느낌을 주었다.
모든 곡들의 안무가를 다 다른 사람으로 정했다고 한 것도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 내가 보아왔던 민호는 듣는 귀와 보는 눈이 꽤나 명확한 편이었다.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고 하며 이유 없는 자신감에 차있는 사람 같지만 민호는 늘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하다 싶을 만큼 객관적이다. 그렇게 남들에게는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 본인의 일에 관련해서는 냉정하다 싶을 만큼 현실적인 사람이라 마음이 조금 아플 때도 있지만... 여하튼 그런 이유로 민호가 자신이 하는 무언가에게 대해 자신감에 차있으면 그것이 공연이든 앨범이든 기대가 된다. 무대도 마찬가지였다. 안무가를 다르게 부탁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춤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기에 굳이 그래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무대를 하나씩 보면서 그 이유를 찾았다. 민호의 앨범들, 특히나 콜백 앨범은 다양한 장르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춤과 무대의 느낌이 많이 다르게 표현이 되어야 하고 안무가들마다 잘하는 장르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호가 정확하게 어떤 이유에서 다른 안무가로 정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그저 나의 생각일 뿐이다.) 처음 두 곡을 들으며 원래도 민호가 웨이브를 잘한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아, 우리 민호 정말 웨이브를 예쁘게 잘하는구나,라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또 높은 곳을 무서워하지 않고 체력과 피지컬이 좋다 보니 무대에 걸터앉는다던가, 눕는다던가 할 때 매우 자연스럽고 안정적으로 보여서 무대에 더 몰입감이 들었다. 자연스러운 자세들에서는 더욱 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온다. 유난히 그런 모습들을 보일 때면 사랑스러움이 배가 된다. 객석에서 우리가 민호의 이름을 외칠 때 민호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웃음으로 화답해 준다. 우리가 부르는 함성을 들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는 민호만 알겠지만 그 표정을 볼 때 어렴풋이 민호의 감정을 상상하게 된다. 난 네가 좋아서 네 이름을 부르고 함성을 지르는 것인데, 그리고 그 함성을 오랜 시간 들어왔을 텐데 무대 위의 민호는 마치 처음 맞이하는 어린아이 같은 반응을 한다. 민호가 무대에 설 때면 더 많이 웃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목이 아픈지도 모르고 소리를 지르게 된다.샤이니 콘서트 때 느끼기도 했지만 난 정말 민호의 보컬을 좋아하는 것 같다. 대다수가 생각하는 굉장한 가수들처럼 높은 음역대나 화려한 스킬을 갖고 있는 보컬은 아니지만 민호가 노래를 부를 때 저음과 미성을 오가며 한 곡을 끝까지 채우는 것이 좋고, 랩을 할 때는 어떤 장애물도 없이 달려 나가는 속도감이 느껴져서 좋다. 민호의 쏟아지는 듯한 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특히 음악방송때와 다르게 톤을 높여 부르는 Runaway 무대도 너무 좋았다. 랩의 톤을 조절하고 그것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래퍼인 민호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보일 때 민호에게서 보이던 모범적이고 젠틀한 이미지가 살짝 깨진다. 쉽게 말하자면 날티가 나서 좋다.
민호가 이벤트를 좋아해서 콘서트에서도 많은 이벤트가 있었다. 슬로건 이벤트는 물론이고 종이부채와 플래시 이벤트까지 있어서 객석에서 매우 바빴다. 샤이니 활동을 하면서 투어를 다닐 때 다양한 이벤트들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한국 콘서트에서도 많은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민호의 첫 번째 콘서트인 만큼 우리도 이 공연을 기다리고 기대했다는 마음들을 민호에게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모여서 연출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벤트 하나하나 그냥 넘어가는 것 없이 알아차려주고, 그 이벤트의 의미까지 알아주는 민호에게 너무 고마웠다. 노래 중간에 알아차리고 깜짝 놀라는 모습들도 사랑스러웠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민호는 팬들이 주는 마음을 온전히 또렷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마음들을 우리도 민호에게서 받는다. 민호는 그런 고마움과 사랑을 늘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 주기에 마음을 주고도 기쁠 때가 더 많다.
마지막 Choice를 부를 때는 정말 마음이 뭉클했다. Choice라는 노래 가사의 의미를 알아서이기도 하지만 그 노래를 부를 때 민호의 표정이 마음을 울렸다. 모든 순간이 자신의 최고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도 매 순간 확신으로만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느 평범한 사람들처럼 그 순간에 대해 곱씹기도 하고 후회와 걱정을 하는 순간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Choice라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하게 된다. 날리는 콘페티 사이로 팔을 벌리고 무대를 온전히 느끼던 민호를 보며 다시 한번 나에게 최고의 선택은 역시 최민호라는 생각을 했다.마지막날 마지막 멘트에서 민호는 앞이 보이지 않아 어두울 때 어둠 끝에 보일 민트색 빛을 상상했다고 이야기했다. 우리의 존재가 민호에게 그런 힘을 줄 수 있는 존재라 다행이고 감사했다. 민호가 콘서트에서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가사로 쓰여서 들려주고 싶었다던 노래는 곱씹을수록 내가 민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샤이니 멤버 중 솔로로 무대에 서는 마지막 주자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지는 않았다고, 앞서 솔로 활동을 했던 멤버들의 1%만이라도 따라간다면 성공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일렁였다. 민호가 지나치게 겸손하고, 본인에게만 엄격한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했다. 값을 매긴다는 것조차 무의미하지만 단체로 무대에 설 때나 솔로 활동을 할 때 모두, 그가 해내는 것들이 고작 그 정도의 값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감히 말하자면 민호는 내 세상을 채우는 100%의 사람이다.
콘서트의 마지막 무대에서 막이 닫히는 모습을 볼 때면 더 애틋하고 고맙고도 서운한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드는데 이번 콘서트는 더 그랬다. '최민호 사랑해' 외침을 들으며 빛이 보이는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민호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민트빛만 생각하고 힘차게 달려온 민호의 모습으로 오버랩되어 보였다. 그 환한 빛과 함께 서서 인사를 하는 모습이 앞으로 더 멀리 더 높이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소년의 순간인 듯했다. 막이 닫히며 옆으로 돌아선 민호의 실루엣 위로 정지된 포스터로 겹쳐질 때 그의 무대가, 소년의 청춘이 이 공간 안에 그대로 멈춰져서 영원을 말하는 것 같았다. 왠지 이곳에 다시 돌아오면 무대 위의 하얀 옷을 입은 소년이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묘한 마음이 들었다.
데뷔 시절 민호에게, 그리고 민호를 보던 우리에게 '나중에 민호는 솔로로 콘서트를 여는 아티스트가 될 거야.'라고 이야기했다면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민호는 항상 팬들이 있기에 자신이 앨범을 내고, 무대에 설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안다. 모든 것은 민호가 스스로 한 걸음 한 걸음씩 올라왔기 때문이란 걸. 어떤 한 가지도 대충 하는 법이 없던 어린 소년은 그렇게 최선을 다한 모든 순간을 거름 삼아 뿌리가 깊고 튼튼한, 커다란 나무로 자랐다. 나는 그런 민호가 너무나 자랑스럽다.'About SHINee MINHO > Schedu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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