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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랑데부' 감정 기록 : 250405 - 250511About SHINee MINHO/Schedule 2025. 6. 1. 03:14
※ 연극 '랑데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rologue
나는 당신이 나누어주는 매일의 감상이 좋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그 문장들이 마음을 울립니다.
이런 마음들을 받으며 무엇으로 사랑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하여 나는 부끄러운 나의 글을 전합니다.
감상을 늘어놓는 것은 누군가에게 배운 것이 아닌지라 어색하고 미숙합니다만,
받는 이가 당신이라면
얼마든지 나의 문장들을 전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글은 나의 마음입니다.
매끄럽지 않고 때론 거칠어도 그것이 나의 솔직한 심리이겠지요.
그럼에도 내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이유는,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나는 생각보다 더
당신을 좋아하나 봅니다.
25.0405 감정기록 1호
"누군가의 상처를 안아주기까지 얼마나 많은 나의 상처를 마주해야 하는가."[후기] 랑데부 : 250405
※ 연극 '랑데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rendez-vous. 1. 남녀의 만남 2. 우주 공간에서 둘 이상의 우주선이 만나는 일. 보통의 단어들은 뜻이 여러 개일지라도 같은 뿌리에서 나와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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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13 감정기록 2호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을 한 사람은 아무래도 슬픔을 나누어본 적이 없는 게 분명하다.
태섭과 지희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나는 더 슬퍼지기만 한다."왜 이렇게 극만 보고 나오면 슬픈지 모르겠다. 그냥 슬프다. 여러 가지 단어를 붙이지만 결국 그냥 슬픈 거다. 서로에게 기대면서 잠시나마 편안해지는 둘의 표정이 아름다우면서도 슬펐다. 태섭이가 처음에 지희와 춤을 추는 장면에서 춤을 다 끝내고 눈에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물과 표정이 아, 이래도 되는구나,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구나, 이래도 괜찮구나 라는 안도감이 보여서 슬펐다. 그동안 이고 지고 살았던 그 무게를 조금씩 내려놓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 마음이 미어지게 아픈 구간이 있다. 태섭이의 표정을 볼 때 엉엉 울고 싶어 지는 그런 구간. 잠든 척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는 표정이 그렇고, 마지막 구간에서 지희의 말을 들을 때 표정이 그렇다. 과거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지나면 그 순간부터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은 30대 성인 남자가 아니라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 그냥 첫 공 때 잠시 몰입해서 착각했나, 싶었는데 오늘도 그랬다. 소개팅 씬에서 지난번에는 반대편에 앉았기 때문에 오늘 처음으로 태섭이의 표정을 봤다. 지희가 서울에 간다고 할 때부터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태섭이에게는 지희가 우주 전체는 아니더라도 하나의 소행성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소행성이 멀리 떠난다는 건 우주의 입장에서 매우 서운한 일일 것이다.오랜만에 보는 극이라서 그런가, 더 몰입한 민호를 보면서 괜히 더 마음이 아렸다. 분명하게 저게 연기라는 걸 알고 있는데 나는 극을 보면서 태섭이와 민호를 동일시한다. 태섭이의 아픔이 민호의 과거인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대부분의 극을 볼 때 그렇다. 그래서 이런 극을 보는 게 편하지 않다. 감정소모가 너무 크다. 저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야, 그냥 누군가가 써놓은 하나의 창작품일 뿐이야,라고 계속해서 생각해야만 감정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그래서 매번 보내주는 버블 메시지나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반갑다. 민호가 스스로 저는 태섭이가 아니에요,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서.
민호는, 다른 말 필요 없이 잘한다. 너무 잘해서 마음이 시려 죽겠다. 좀 덜 잘해서 이건 좀 별로였다, 이건 좀 몰입이 깨지더라, 그런 생각이라도 들면 공연을 보고 나와서 이렇게나 청승을 떨지 않았을 텐데 지희가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궁상을 떠는 것처럼 나는 연극이 끝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궁상을 떤다. 혼자서 너무 슬프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당연히 잘해서 너무 좋다. 그냥 이건 내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그랬으면 좀 덜 슬펐으려나 하는... 가만히 생각해 봤다. 나는 왜 이리 마음이 아픈가. 왜 이렇게 계속 슬프기만 할까.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어렴풋이 내린 결론은 그냥 민호가 너무 좋아서 그런 거다.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계속 웃기만 했으면 좋겠는데 그가 우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본다. 나의 우주에서 민호는 큰 행성, 태양 이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냥 내 우주 자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그래서 이렇게 매번 슬퍼죽겠나보다.25.0418 감정기록 3호
"때론 복잡한 세상 속에서 동화 같은 단순한 해피엔딩을 꿈꿔요.
결국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민호가 연기하는 태섭이는 내가 생각했던 태섭이보다 조금은 더 어린아이 같고 활달하다. 강박증이 있는 과학자라고만 들었을 때, 방구석에 숨어 사람들과 벽을 쌓고 지내는 그런 사람만을 상상했다. 민호가 보여준 태섭이를 통해 나는, 어쩌면 우리 주변에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마음속에는 갈기갈기 찢어진 상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본 공연이 끝나며 암전이 되었다가
천천히 조명이 들어오며 태섭이가 민호로 돌아오는 순간이 좋다.
고작 1시간 30분인데, 그렇게나 그립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난 기분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너무도 많이 울리는 대본 속의 태섭이가
나는 안타깝고도 서글프면서 동시에 밉다.25.0420 감정기록 4호
“함부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그 자체만으로 오만한 거야.”
이 대사를 듣는데 네 생각이 났다.
내가 너의 행복을 바라는 일은 잘하고 있는 일일까.태섭이에서 민호로 돌아오는 순간 아무래도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감정을 최대한으로 쏟아부어야 하는 극을 처음 맡았다고 생각해서인지 첫 공연 이후 공연이 몇 차례 더 진행되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배우들 중 어떤 사람들은 배역의 감정이 그대로 남아 힘들어하기도 한다던데 혹 살이 빠지는 이유가 그런 것은 아닌지, 회차를 거듭할수록 너무 많이 운다는 이야기들이 많아지던데 태섭이의 감정이 풀어내기에 어려운 것은 아닌지, 헐렁해지는 조끼와 셔츠를 볼 때마다 감정의 무게 또한 무대 위에 그대로 내려놓고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잘할 테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걱정이 내려놓아지지가 않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오묘하여 의도하지 않아도 온갖 생각들이 다 드나 보다.
누군가를 이 정도로 사랑하면 모든 것을 평생 걱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끔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착각을 하지 않으면 그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내보낼 수가 없다.
프레드릭 배크만, 위너
25.0427 감정기록 5호
해피엔딩을 꿈꿨지만 슬프게도 결국 그 둘은 서로를 멀리 했을 것이다.
아, 해피엔딩인가?매번 극이 끝나고 나오면 오늘의 극을 같이 관람한 사람들과 함께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 마지막 춤을 보며 결국 둘은 헤어졌을까, 아님 다시 만나게 될까, 둘은 서로에게 솔직해졌을까, 하는 그런 결말에 대한 이야기들. 참 신기하게도 어떤 날은 함께하기에 꽉 찬 행복이 눈에 보이고, 어떤 날은 슬프지만 서로를 멀리했을 거라는 그런 날도 있다. 같은 대본인데도 어떻게 결말에서 그런 차이가 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신기하다.
늘 결말을 이야기하며, 오늘은 새드엔딩이다, 오늘은 해피엔딩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말하는 해피엔딩이 그들에게는 해피엔딩이 아니지 않을까, 하고. 나의 기준에는 무조건 태섭이와 지희가 함께해야지만 해피엔딩인셈이다. 그런데 그들에게도 그럴까? 그 둘에게도 서로가 있음이 행복을 찾아가는 일이 맞을까? 어쩌면 서로가 헤어지는 것이 해피엔딩인 것은 아닐까?
지희와 태섭이는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들일까. 서로가 있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태섭이와 지희는 서로를 보며 본인들이 가리고 감추었던 상처들을 마주한다. 상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아프기에 대충 연고를 발라서 밴드로 감아놓은 상처를 서로가 떼어내 주며 소독약을 바른다. 혼자서 해야 했다면 어려웠을지도 모르는 일들을 서로가 있기 때문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태섭이가 지희를 궁금해하는 과정에서 태섭의 대사는 이렇다. 어쩌면 그녀를 통해 자신이 하는 연구의 문제점을 발견할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태섭은 가장 마지막에 터뜨리듯이 본인의 제일 큰 문제를 토해낸다. 로켓을 쏘지 못하는 이유를. 그 이유를 직면하기 전까지 연구 결과가 좋아도 절대로 발사를 하지 못했겠구나,라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만약 지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태섭이는 자신의 트라우마가 발사 중단을 야기한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그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을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꼭 곁에 있지 않아도 자신의 상처를 직면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매체에서 보여주는 영상이든, 책이든, 남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든 그 어떤 것들이 중심점이 되어 내면에서부터 깊은 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서로가 있기에 조금 더 일찍 자신의 상처를 직면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상처를 꼭 직면해야 하는가. 상처를 안고 덮어두고 묻어둔 채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누군가를 잃고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사람들이 전부 다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고 해결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어떤 것들은 그렇게 묻어두고 없던 일처럼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렇게 계속해서 반복되는 질문은 여전히 답이 없다. 어떤 날은 이게 맞는 것 같고, 어떤 날은 저게 맞는 것 같다. 마치 회차마다 바뀌어대는 랑데부의 결말처럼 말이다.
만약 이 이야기가 진짜 실제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들이라면 이태섭 박사는 세 번째쯤 발사를 중단했을 때, 사람들에 의해 어릴 적 사고, 어린 시절 자라왔던 환경, 트라우마, 정신질환 그런 모든 것들이 알려졌을 것이다. 그러면서 언론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이렇게 중대한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 저렇게 중요한 위치에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을 그대로 두어도 괜찮은 것인지 매일매일 보도를 했을 것이고, 결국 여론에 못 이겨 연구소에서 태섭이는 좌천당했을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상상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랑데부는 연극이니까, 우리 안에 있는 이야기이지만 허구의 이야기이니까 더 나은 미래,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고작 단 하나의 연극을 만난다고 해서, 혹은 단 한 권의 책을 만난다고 해서 상처가 씻은 듯이 나을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 살아오며 거의 평생동안 이고다닌 배낭을 한 번에 내려놓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런, 상처를 후벼 파서 슬프고 아픈 극들이 계속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은 그런 행위로 인해 치유받기 때문이다. 상처를 드러내면 상처는 치유되기 마련이다. 스스로 치유되거나 누군가가 그것을 보듬어준다. 자연스럽게 극을 계기로 내 안의 무언가를 다른 사람에게 내려놓게 된다. 우리는 그런 과정을 통해 자라나고 성장한다. 새로운 싹을 틔우려면 단단한 가지를 찢어야 한다. 랑데부는 가지를 찢을까 망설이는 나에게 용기를 심어준 작품이 되어버렸다.이 극은 계속해서 남아있는 사람, 살아있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남겨진 사람들이거나 남겨질 사람들이다. 적어도 숨을 쉬며 세상에 발을 붙이고 있는 한은 그렇다. 살아있는 것은 언젠가 죽는다. 죽을 때 다 같이 죽을 수는 없다. 누군가는 나보다 먼저 죽고 나는 누군가보다 먼저 죽는다. 죽음의 경험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누군가를 잃은 사람에게 공감하고 위로한다.
아주 가끔 너만 누군가를 잃었느냐고 큰소리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기억하고 언급하는 일이 그저 매년 되풀이되어 버리는 지겨운 일로 치부될 때 야속하고 슬펐다.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으면 저렇게 생각할까,라고 느꼈다. 그런 생각들은 시간이 지나니 납득도 됐다. 나이가 들고 나 또한 이해하는 감정이 많아지니 다른 생각도 들었다. 저 사람도 말하지 못한 어떤 상실로 인해 저렇게 삐뚤어진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저런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하나쯤은 풀어내지 못한 숙제 같은 상처들이 가리어져있는 것은 아닐까. 그 상처가 어디서 온 것인지 어디서부터 헤집어져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본인의 마음이 황야인 사람은 다른 이의 메마름까지 어루만질 힘이 없다. 예전에는 그것이 꽤나 서운했으나 이제는 살아가는 섭리이려니, 싶은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언젠가 다른 이의 사막을 안아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누군가가 나를 보듬어주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충분한 오아시스를 지녔을 때 그들의 사막에 작은 물 웅덩이 하나라도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채워주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25.0502 감정기록 6호
"당신의 애씀과 노력이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요.
상처가 더 벌어지지 않게 우리 모두 잘 견뎌내 봐요."아주 작은 소행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그 소행성은 너무 작아 실제로는 생명체가 살 수 없다고 했다. 과학자는 말했다. 아주 오래전, 그 소행성은 어떤 행성에서 떨어져 나왔을 것이고, 그때 섞인 물질들 중에 생명체의 흔적이 발견된 것일 수도 있다고. 그 어떤 행성이라는 것은 지구일 수도 있고, 화성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은 사라진 다른 행성일 수도 있다고. 아주 아주 오래 전 남겨진 그 흔적이 지금 지구의 과학자에게 도달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면서 덧붙였다. 결국 모든 만남은 흔적을 남긴다.
때로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이 있다. 사랑, 분노, 기쁨, 슬픔. 이런 단조로운 단어들로 정리되는 감정들은 사실 두 글자의 단어로 정의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감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는 무궁무진하나, 우리도 그것을 자세히 정의하기 어렵기에 두 글자의 단어로 정리한다. 누군가와의 만남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다른 사람과 스쳐 지나가는 일들이 우리를 정의할 때가 있다. 한 번의 만남일 거라 생각했던 순간들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되기도 하고 아주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순간들은 나의 인생에서 별 볼일 없어지는, 쓸모없는 순간이 되어버리기도 한다.나에게는 최민호라는 사람을 만난 것이 그렇다. 그저 스쳐 지나가듯이 보았던, 나랑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던 한 명의 사람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이렇게까지 좋아할 마음은 없었다는 생각이 이런 건가 싶다. 지희와 태섭이는 만남을 지속하던 중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을 찾아 헤매는 걸까. 나도 가끔 그렇게 묻고 싶다. 나는 너에게 무얼 찾아 머무르는 걸까. 나는 왜 너를 필요로 하는가. 너는 나에게 무엇일까. 아직도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아마도 이 질문의 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충돌해서 이탈된 소행성은 자신이 존재하던 흔적을 지닌 채 살아간다. 소행성의 궤도가 달라져도 소행성이 품고 있는 모래, 먼지, 대기의 흔적은 지워지거나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일은 아주 거대한 우주에 많은 것을 남기고 보여준다. 만약 내가 궤도를 이탈하는 날이 온다 해도 너의 흔적은 나의 세상이 끝날 때까지 남아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믿고 있음에도 나는 너의 궤도에서 이탈하고 싶지 않다.오래오래, 아주 온전히, 너를 따라 돌고 싶다.
Epilogue
사람에게는 각자의 우주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우주는 행성을 꾸리고, 그 행성들은 자기들만의 궤도를 그립니다.
어떤 행성은 포물선으로,
어떤 행성은 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띠겠죠.
나의 우주는 당신을 품고 있어요.
거대한 내 우주는 당신이 창조했고,
그 모든 창조물들은 당신의 궤적을 따라 움직입니다.
당신의 우주 안에 아주 작은,
나,라는 소행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소행성 안에 살고 있는, 어린 왕자가 키우는 장미일지라도
나는 그 어떤 곳보다 당신의 우주 안에 살고 싶어요.
인간이 탐험하지 못한 우주는 얼마나 크고 넓을까요.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의 우주는 또 얼마나 깊고 풍성할까요.나는 여전히 당신의 우주가 알고 싶습니다.
아마도 생애를 그렇게 보내리라, 싶습니다.
그러면서 나의 우주도 천천히, 조금씩 더 넓고 깊어질 거예요.
나는 그런 순간들을 애정합니다.
하루하루 지나며 당신이 보여주는 세상이
무척이나 아름다워요.
어떤 날은 싱그러운 초록빛이 넘실거리고
또 어떤 날은 아주 깊고 짙어서 흑색으로 보이는 파란빛이 머무릅니다.
하늘인 것 같기도, 바다인 것 같기도 한 물결은 사실
빛을 한껏 품은 은하수였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만나게 될 당신의 풍경은 얼마나 찬란할까요.
나는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당신의 내일을 함께 그리고 싶습니다.'About SHINee MINHO > Schedu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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