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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후기] '마이샤이니월드' 무대인사 : 231026About SHINee MINHO/Schedule 2023. 11. 20. 11:19
언제였더라, 처음 샤이니의 팬덤 이름이 '샤이니월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린 나이에 그 단어가 왠지모르게 유치하게 들렸던 것 같다. 샤이니 노래 중에 있는 The SHINee World 라는 곡이 한 몫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른다고, 그 단어에 웃음을 흘렸던 나는 그렇게 샤이니가 데뷔한 이후 1년 만에 '샤이니월드'가 되었다.
영화는 생각보다 담담했고, 생각보다 서글펐다. 팬들의 눈물을 자극하거나 일부러 감정적이게 하려는 장면들은 딱히 없었지만, 대형 스크린에 등장한 멤버들을 보자마자 뭉클한 감정이 솟았다. 한껏 어린 모습들이 마치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한 것 같았다. 노래가 시작되면서 화면에 크게 뜨는 년도를 보면서, 기가막히게 그 당시 몇학년이었고, 어떤 일을 하고 있었고, 그 노래들을 들었던 계절까지 생각이 났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학교만 다녀오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게시판에 올려준 짧은 영상들을 멘트를 통째로 외워버릴 만큼 반복해서 보았던 일과 노는 것을 참아가며 용돈을 모아서 소중하게 앨범 한 장을 사러 버스를 타고 백화점까지 나갔던 일. 채 몇 분 되지않는 연예 뉴스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 잔소리를 참아가며 TV 앞에서 리모콘을 사수하던 일과 자정에 새로 나오는 노래를 들으려 독서실 밖 건물 복도에 서서 기대감에 혼자 발을 동동 굴렀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샤이니와 같이 걸어왔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의 삶에는 그들이 구석구석 가득 차있었다.
한편으로는 서글퍼졌다. 변명일 수 있지만 나는 너무 어려서 일대일의 사랑이 아닌 이런 사랑도 담아낼 수 있는 감정의 그릇이 크지 않았다. 내가 조금만 더 어른이었더라면 지금처럼 모든 마음을 다 주면서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할 수 있었을텐데. 공연장에서 마주하는 일이 생각치도 못할 만큼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오늘의 네 모습을 남기는 일이 카메라를 드는 수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왜 그때는 알지 못했는지. 영화가 시작되고 시간이 계속 흘러가는 모습들이 보여지면서 생각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마음을 다해 좋아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돌이켜보니 나는 그 순간을 그저 그렇게 흘려보낸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러면서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제서라도 그 감정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서 샤이니가 가는 모든 순간들에 함께하려고 애를 쓰는 마음이 다시 한 번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뷔 이후부터 한 시간도 허투루 살지 않은 다섯명의 아이들을 보며 참 대견스러웠고,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이렇게 오래 할 줄 알았더라면, 그때 수학여행 갈 걸.' 그런 막내의 말을 들으면서 매 순간 활동을 위해 포기해온 것들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별반 민호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능을 볼 때도, 선거를 할 때도 늘 카메라 앞에 샤이니 민호로 서야만 했던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아직까지도 민호를 보면 샤이니 민호와 최민호 사이의 괴리감이 어린 시절에는 더 많이 느껴졌을 텐데, 그 시간을 잘 버텨줘서 고마운 마음과 나도 어렸기때문이라는 변명을 해보면서도 조금씩 피어오르는 알아주지 못했음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공존한다. 그럼에도 다시 태어난다면 샤이니를 하겠다는 말이 참 감사하다.
무대 인사가 끝나고, 정식 개봉을 한 뒤 영화를 봤다는 민호의 메세지에 다시한 번 뭉클해졌다. 콘서트 영상을 볼 때마다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하는 민호를 보니 영화를 보며 느낀 마음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겠구나 싶었다. 고맙고 미안하고 행복하고, 어쩌면 순간에 더 최선을 다해서 조금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처럼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샤이니가 사는 세상. 샤이니의 세상. 그 세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금보다 더 따듯하고 견고한 요새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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