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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후기] '뉴 노멀' 무대인사 : 231027About SHINee MINHO/Schedule 2023. 11. 27. 14:20
※ '뉴 노멀' 영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꽤나 오랜만에 배우로서 스케줄에 참석한 민호를 보러 다녀왔다. 연기를 하는 민호의 모습도 참 좋아하는데, 배우로서 민호는 연극이나 뮤지컬의 영역이 아닌 TV나 스크린이라는 매체를 통하다보니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일이 거의 없다.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도 맞지만 그 동안 공들여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여주는 자리에 함께한다는 것은 민호의 팬이라면 욕심나는 일이었다. 그나마 가장 최근이었던 인랑 무대인사때는 군대도 다녀오지 않아 그런지 형들보다 한참 어린 동생같았는데, 이번 뉴노멀 무대인사에서는 듬직한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선택하는 시나리오들을 보면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여진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바른 생활만 할 것 같은 모범생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 두 남자 영화가 개봉했을 때,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얼굴에 상처를 달고 담배를 피며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나는, 세상에 아무런 기대가 없는 소년의 모습에 저런 역할도 참 잘 어울리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 이후로 앞이 보이지 않는 역할, 특기대, 학도병의 모습까지. 평소 드라마에서 맡던 배역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였기에 민호가 보여주고자 하는 연기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깊고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크고 동그란 눈에 눈꼬리가 잔뜩 휘어져 강아지같기도 하고, 사슴같기도 한 눈망울이 스크린에서는 날카롭기도 하고, 울적하게 변하기도 한다. 민호의 연기를 보는 건 나에게도 평소에 볼 수 없는, 또 다른 민호를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다.
가수에게는 작업하는 동안 들었던 생각이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팬사인회 같은 것들이 존재하지만 배우에게는 그런 것이 없어서 아쉬운 순간이었다. 매체에서 인터뷰를 하거나 기사가 나는 일이 많지만 그것은 팬의 입장에서 봤을 때,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배우와 친분이 있고 어떻게 친해졌고, 감독은 어떤 이유에서 캐스팅을 했고 이런 것들은 미안하지만 민호의 팬인 나에게는 그닥 구미가 당기는 질문들은 아니다. (물론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민호가 어떤 이유로 이 시나리오를 골랐고, 연기하는 동안 어떤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고, 슛이 들어가기 전,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이번 배역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민호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런 것들이 궁금하지만 안타깝게도 민호에게 직접 답을 들을 순 없다. 훗날 민호와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민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면, 사실 시사회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는 일부 에피소드에서 불쾌감을 느꼈다는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사실 평이 안좋은 영화를 본다는 것은 요즘들어 모험에 가까운 일이 되어버렸지만, 민호의 필모그래피 중 하나를 다른 사람들의 말만 듣고 넘겨짚기는 싫었다. 불호가 생기더라도 직접 보고 판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어떤 부분에서 불쾌감을 느꼈는지 납득이 갔다. 여성으로서 나도 불쾌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이런 장면을 왜 굳이 넣었는지는 알 것 같았다. 도시괴담, 고개가 저절로 저어지고 혀를 차게되는 장면들을 그리다보니 꼭 들어가야하는 장면 중 하나였다.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미화가 되거나 서사가 있다면 의도가 불순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겠지만, 주인공은 결말이 좋지 않고, 영화관에 있는 모두가 남녀 가릴 것 없이 주인공의 행동에서 실소를 내뱉거나 인상을 찌푸렸다. 그것은 주인공의 행동이 정상적이 아님을 다들 납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이 영화가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극한 불호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감독이 굳이 저런 행동의 사람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에 대한 설득력이 조금 부족했지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에피소드가 시간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앞, 뒤로 섞여있는 것이 신선했다. 섞인다고 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도 아니었다. 그리고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일부분 연결되어있는 것이 신선했다. 주인공의 친구가 다음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과 스쳐 지나친 사람의 친구가 다음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라거나 하는 것이 약간은 뻔해서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를 조금은 재미있게 만든 것도 같았다.
영화를 홍보할 때 배우들이 왜 스포일러를 꼭 보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했는지 납득이 갔다. 도시괴담은 늘 반전을 담고 있으니까. 몇 개의 에피소드는 약간은 뻔한 반전일 수도 있었지만 몇 개의 에피소드는 예상치못한 반전이라 재미있었다. 특히 민호의 에피소드가 그랬다. 멜로의 장르를 담고있던 에피소드는 순식간에 스릴러나 공포로 변했다. 이런 감정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가적으로 첫 씬에서 데이트 어플을 이야기하면서 '별자리, 혈액형따위는 믿지 않는다.'라는 말을 할 때, 인터뷰때마다 자신을 MBTI로 국한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던 민호가 생각나서 웃음이 났다.
가장 공포스러운 에피소드를 뽑자면, 마지막 하다인 배우가 나오는 에피소드였던 것 같다. 다만, 공포의 주체가 반전이 아니었다. 살인마가 쫓아오고, 가방 안에 시체가 있고, 그런 것들 보다 앞부분에 나온 일상 자체가 공포였다. 편의점 알바생으로 나오는 주인공은 매일 야간에 진상들을 마주하며 일을 하고, 새벽 동이 틀 때쯤 똑같은 도로를 달려 반지하 방으로 돌아가서는 과일 통조림을 먹고 잠을 잔다. 영화는 그런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변화없이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것. 더 나아질 희망따위 없는 아침이 계속해서 온다는 것. 이 것 자체가 삶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일이 아닐까. 살인마를 만날 확률은 얼마 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똑같은 아침을 반복해서 맞이하고 있다. 영화를 본 나조차도 영화관을 나와 집으로 나가면 잠시 잠을 자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터로 나가야한다. 이런 것들이 반복되다보면 내 삶을 파괴하는 건 살인마따위가 아니라 결국 그것을 버티지 못한 나 자신이 되지 않을까,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한줄평은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 뉴노멀 후기 : 오늘도 죽이지 않고, 죽임 당하지 않고,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대견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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